Book2019. 4. 12. 13:16

몇 일 전, 딸아이가 생일 선물로 받았다며 책을 한 권 가져왔습니다.

 

"꽃들에게 희망을"

 

대학 시절, 교직 수업 과제로 읽은 적이 있는 책이라 반가운 마음에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풀잎을 뜯어 먹기만 하던 호랑애벌레.

 

어느 날, 더 의미 있는 삶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하늘 높이 솟은, 끝이 보이지도 않는 기둥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기둥은 다름 아닌, 서로의 몸을 밀치고 꼭대기로 올라 가려는 애벌레떼였습니다.

 

애벌레들은 꼭대기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 다른 애벌레들을 짓밟으면서 기둥 위에 올라가기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호랑애벌레는 노랑애벌레와 눈이 마주칩니다.

 

호랑애벌레는 노랑애벌레를 짓밟지 않고 싶었지만, 결국 둘은 마주치게 되었고 호랑애벌레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기로에 섰습니다.

 

노랑애벌레를 밟고 올라가느냐, 아니면 노랑애벌레와 같이 내려가느냐.

 

결국 둘은 더이상 오르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기둥을 빠져 나온 둘은 풀밭에서 풀잎을 뜯어 먹고 서로를 안아 주면서 사랑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런 행복도 잠시, 호랑애벌레는 붙잡는 노랑애벌레를 뒤로 하고 다시 기둥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호랑애벌레를 떠나 보낸 노랑애벌레는 실로 자신의 몸을 두르며 고치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늙은 애벌레를 만납니다.

 

늙은 애벌레를 만난 이후 노랑애벌레는 자신도 나비가 되기로 결심하고 실로 자신의 몸을 감쌉니다.

 

한편 꼭대기 근처까지 다다른 호랑애벌레는 먼저 올라간 애벌레들이 꼭대기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절망에 빠집니다.

 

심지어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이 오르고 있는 기둥과 같은 기둥은 수도 없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 때, 노랑 나비가 날아와 호랑애벌레에게 슬픈 눈빛을 보냈습니다.

 

절망을 느낀 호랑애벌레는 나비를 따라 기둥에서 빠져 나갑니다.

 

그리고 노랑애벌레와 함께 누워 있던 곳에서 잠이 듭니다.

 

동화책을 읽었는데, 이건 동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 정작 무엇이 성공인지 자신도 뚜렷이 알지 못한채, 다른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밟고 올라가야 하는 경쟁자로만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주는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제목이 왜 "꽃들에게 희망을" 일까요?

 

책에는 애벌레와 나비만 나오지 꽃들은 등장하지도 않는데 말이죠.

 

두고 두고 곱씹어 볼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Posted by 못생긴나무